10월 20일, 코스피 지수는 2400선이, 코스닥은 800선이 깨졌습니다. 주린이이다보니 그냥 주식 시장 상황이 안 좋구나 외엔 사실 크게 와닿는 게 없는데 오늘 증권 관련 기사에서 '반대매매'라는 단어를 접하게 됐습니다. 기사를 몇 개 더 보다보니 '라덕연 사태'라는 단어도 보입니다.
반대매매란?
주식을 구매할 때 증권 계좌에 주식을 구매할 돈을 미리 넣어둔 뒤(이것이 '예수금') 매수를 하는 방법도 있지만 신용거래를 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신용거래는 일반적으로 고객이 가진 예수금과 주식을 담보로 하여 증권사의 돈으로 주식을 사는 것입니다.
신용거래를 할 수 있는 금액은 제가 현재 보유한 주식과 예수금을 보증금률에 따라 계산한 금액입니다.
반대매매 개념만 간단히 짚어보자면, 제가 현재 보유한 주식과 예수금을 담보로 잡고 주식을 샀는데 담보로 잡은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게 되면 증권사에서는 떨어진 만큼 보전할 수 있도록 추가로 담보를 제공하라고 알립니다.
추가 담보를 입금해야 하는 기간은 주말을 제외한 영업일수로 1일 정도입니다.
예를 들어 10월 20일(금)에 제가 담보로 잡은 주식이 폭락하면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하라고 요구하는 날이 10월 20일이 되는 셈입니다. 그러면 1영업일만큼의 시간이 주어지는 데 주말이 끼어 있으므로 10월 23일(월)까지 추가 담보를 제공해야 합니다.
그런데 제가 당장 추가로 입금할 수 있는 돈이 없어서 추가 담보를 제공하지 못하게 되면 10월 24일(화)에 증권사의 약관에 따라 증권사에서는 전날(23일 월요일)의 종가를 기준으로 제가 담보로 잡은 주식을 하한가에 강제로 매도해버립니다. 이것이 반대매매입니다.
반대매매 간단 정리
주식을 담보로 잡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매했는데 담보로 잡은 주식의 가격이 떨어지면
주가가 떨어진 만큼 증권사에서는 돈을 추가로 입금하라고 합니다.
이 때 추가 금액을 제때 입금하지 못하면 증권사에서 담보로 잡은 주식을 하한가에 강제로 매도하는 것입니다.
그럼 반대매매가 왜 심각한 것일까?
쉽게 말해서 빚내서 투자를 했는데 투자를 실패한 것이고, 이에 따라 증권사에서 내 주식에 빨간 딱지 붙여서 헐값에 팔아버리는 것이니까 절대 좋은 상황은 아닌 것입니다.
20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9일에 위탁매매 미수금 가운데 반대매매 금액이 5257억원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그 전인 18일에도 반대매매 금액이 2768억원이었답니다. 금융투자협회가 2006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역대 1위, 2위의 규모로 반대매매가 이루어진 셈입니다. 18일과 20일, 이렇게 이틀간 8025억원어치의 주식이 강제로 팔렸습니다.
이틀동안 일어난 금액은 2022년 4분기 동안 이뤄진 반대매매 8369억원 규모에 맞먹는 금액입니다.
(내용 출처: 조선비즈)
문제는, 현재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고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있으며 국내 증시는 연일 하락세이기 때문에이러한 반대매매로 인해 더더욱 주가가 하락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주가가 하락하면, 또 대금을 치루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발생할 것이고, 그러면 다시 반대매매가 이뤄지고, 경제 상황이 썩 좋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하락세를 받쳐줄 매수 세력은 줄고 이로 인해 주가는 또 하락하고... 이렇게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라덕연 사태는 뭘까?
라덕연은 호안투자컨설팅 대표(이하 '라 대표')입니다. 라덕연 사태는 SG사태라고도 부릅니다.
라 대표는 수년 전부터 자산주 투자자를 모집했습니다. 짧은 기간에 투자 금액의 20~30%의 수익이 나게 해주었고 그러자 투자자들은 더 큰 금액을 맡겼습니다. 투자자들은 아예 신규 계좌를 열어 비밀번호와 공인인증서도 제공했습니다.
라 대표는 투자자 수천 명의 계좌로 시세를 조종했습니다. 주가가 떨어지면 사서 주가를 올렸고 팔려는 사람이 있으면 다른 계좌로 그 주식을 사서 주가 하락을 막기도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일부 파는 형식으로 가격을 관리했습니다.
이렇게 불법 일임, 시세조종을 목적으로 통정매매를 했고 점점 더 큰 돈을 굴렸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합니다.
한국거래소의 시장감시 시스템은 특정 계좌가 시세에 관여하는 것을 적발합니다. 하지만 라 대표는 특정 계좌라고 할 수 없는 수천 명의 계좌로 조종을 했기 때문에 시스템을 교묘히 피할 수 있었습니다.
라 대표가 투자자들의 계좌로 투자를 한 것이기에 이에 대한 보수를 받았는데 성과 보수도 금융정보분석원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 골프장이나 리조트 회원권, 골프 레슨비 등을 카드로 결제하게 하여 카드깡을 하는 방식으로 보수를 챙겼습니다.
그런데 지난 2023년 4월 20일(목)에 다우데이터의 최대주주인 김익래 다우키움그룹 회장이 605억원 규모의 주식 140만 주를 시간외 대량 매매(블록딜이라고 함)를 통해 매각해버립니다. 그래서 그 다음날인 21일(금)에 다우데이터 주식이 -9%까지 하락했다가 -6% 하락으로 장이 마감됩니다. 그러자 24일 월요일은 장 초반부터 주가가 하락하더니 20여 분만에 하한가를 칩니다. SG증권발 반대매매가 일어난 것입니다.
라 대표는 투자자들의 돈 뿐만 아니라 차액결제거래, 신용융자 등을 통해 대규모로 대출을 받아 주식을 샀는데 다우데이터 주식이 떨어지면서 무더기 반대매매가 미뤄져버린 것입니다. 그러자 주가가 또 하락했고 이로 인해 라 대표가 관리하던 전체 계좌의 담보비율이 떨어지면서 이 계좌들이 보유하던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세방, 선광, 하림지주, 다올투자증권 등 여러 종목에서 반대매매가 발생했습니다.
라 대표에게 계좌를 맡긴 투자자들은 자기 돈만 날린 것이 아니라 수억, 수십억원의 빚까지 지게 되었습니다.
요즘 문제가 되고 있는 전세사기와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무더기 깡통전세를 갖고 있던 빌라왕으로 인해 수많은 세입자들이 전세보증금을 되찾지 못하고 고통을 겪고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물론 여기서 다른 점은, 세입자들은 불법을 저지르지 않은 순수한 피해자들이라는 것이지요.
마무리하며
아직 주식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투성이라 신용거래가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반대매매란 것이 있는 줄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주식은 공격적인 투자로 리스크가 큰 것인데 여기에 대출을 내서 주식을 하는 것은 리스크+리스크가 되는 셈입니다. 설상가상의 상황이 될 수 있는 것이죠.
투자가 투기가 되어선 안 됩니다.
남의 돈을 잘 굴리는 사람이 부자가 된다고들하지만 언제나 투자는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요즘처럼 국제적인 정세나, 국내 경제 상황이나 결코 좋지 않은 상황에서는 두들겨 본 돌다리도 한 번 더 생각해보고 건너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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