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에 할아버지댁에서 고모부께 받아온 달걀을 자작 부화기에 넣은지 만 15일째 되는 날, 부화 전 마지막으로 검란을 했습니다. 다음주면 몇 마리의 병아리가 탄생할까요?
달걀 검란하기
일반 가정에서 달걀을 검란하려면 저녁에 불을 다 끄고, 휴대폰 손전등 기능을 켠 다음 그 위에 달걀을 올려서 이리 저리 돌려보면 됩니다.
공기층이 보이기도 하고, 마치 뱃속의 태아를 초음파 검사하면 태아마다 자세도 조금씩 다르고 사진에 찍히는 방향이 모두 다르듯이 달걀들도 모두 다르게 보이네요.
발생하고 3일째 되던 날 검란은 아이들이 잘 때 남편과 저만 했기 때문에 아이들이 검란을 굉장히 많이 기대했습니다.
할아버지댁 정원에 고모부께서 지어놓으신 닭장에서 그냥 자라고 있는 닭들이기에 아마 모두 유정란일텐데 4번 달걀은 발생이 안 된 건지, 아니면 희박한 확률의 무정란인 건지 알 수는 없지만 핏줄 하나, 심지어 어두운 부분 한 곳도 안 보이는 걸로 보니 아예 발생 실패한 달걀인 것 같습니다.
이리저리 돌려보면 노른자가 퍼진 것으로 보이는 무언가가 얼핏 보이기는 합니다.
동영상으로 찍었으면 좋았을텐데, 움직일 거라곤 생각도 못했습니다. 가만히 빛을 비추니 불편한지 달걀 속에서 자라고 있는 병아리가 움직였습니다.
검란 후기
달걀은 청계알과 일반 달걀이 섞여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청계알의 알 껍질이 더 두꺼운 것이 많은 것 같고 껍질이 두꺼운 달걀은 빛 투과가 어려워서 검란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이리저리 돌려보면 각도에 따라 뭔가가 보이긴 합니다.
총 10개의 달걀 중 1개는 위의 사진에 나와 있듯이 아예 아무 것도 안 보이는 실패가 확실한 달걀입니다. 또 다른 1개는 공기층과 확실히 구분되어 빛 투과가 안 되는 부분이 있는데 이리저리 돌려봐도 움직이질 않아서 어쩌면 너무 뜨거워서 죽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접촉 체온계는 정확하지 않은 것 같아서 비접촉 요리용 온도계(레이저로 쏴서 380도까지 잴 수 있는 것)로 자주 쟀었는데 간혹 42도가 찍혔던 달걀들이 있었거든요.
사진에는 없지만 5번 달걀은 7번 달걀에서 배어나온 흰자가 굳은 것 같은 노란 액체에 붙는 바람에 5번 달걀 껍질이 조금 뜯겨서 7번에 붙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다행히 달걀 안의 흰색 껍질 같은 것이 버텨주고 있었고 5번 달걀은 검란 결과, 안에서 잘 자라고 있었기 때문에(심지어 5번 달걀 속 병아리도 움직임) 어쩌면 오히려 껍질이 뜯긴 부분으로 병아리가 쉽게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달걀은 매일 아주 정확하진 않아도 오전 1시와 7시, 오후 1시와 7시에 알을 돌려주고(전란) 분무기로 서너번씩 물을 뿌려준 뒤 핸드타올로 덮어주고 있습니다.
오전 1시와 7시에는 제가 하고 있고 오후 1시와 7시에는 저희 아이들이 전란을 하고 있는데 태교를 해줘야 한다며 부화기 근처에서 휴대폰으로 닭 소리와 병아리 소리를 함께 들려 주고 있습니다.
발생 18일차 이후부터는 전란을 하지 않고 온습도만 유지해주면 되며 되도록 검란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하더군요.
마지막으로 검란을 했으니 이제 이번주 수요일 또는 목요일부터는 전란을 하지 않을 예정입니다. 당장 병아리가 나오면 전등은 뭘 켜줘야 할지, 무엇을 먹이고 어디에서 키워야 할지 전혀 생각해 둔 계획이 없어서 아이들에게 틈틈이 검색하고 알아봐 두라고 했습니다.
병아리 부화 예정일은 3월 2일이고(발생 21일차) 저희 집 이사 예정일은 3월 9일이라 아무래도 3월 9일까지 저와 남편은 많이 바쁠 것 같거든요.
노란 병아리도 너무 귀엽지만 청계 병아리도 무척 귀여워서 은근히 기대가 많이 되고 있습니다.
다음엔 병아리 부화 후기를 쓸 수 있겠죠? 이대로라면 최대 9마리, 어쩌면 8마리 정도 부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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